[JIFF2009] 디지털 삼인삼색 : 어떤 방문

영화보기/JIFF2009 2009. 5. 5. 22:01

디지털 삼인삼색 2009 (Jeonju Digital Project 2009, 2009)
(5/3, 20:00, CGV4, 105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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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인삼색. 전주를 대표하는 핵심 프로그램이고 많은 감독들 그리고 영화들이 여기를 거쳐나가며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과거에 비하여 아마추어리즘과 신선함이 많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하기 위하여 애쓰는 중인 것 같다. 이번에 10주년을 기념하여 과거 9년 동안의 삼인삼색영화들이 DVD로 나온다고도 한다.  올해에는 '방문'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만들어졌다.

홍상수 감독의 첩첩산중 (Lost In The Mountains)은 과거와 현재가 얽혀가며 시간이 갈수록 옴쭉달싹하지 못하게 조여오는 상황을 전주로 내려온 한 여인의 방문을 통해 그려내었다. 홍상수 감독이 처음으로 여자주인공을 내세워서 만들었다고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역시 여성이라 하더라도 홍상수영화 주인공들 특유의 찌질성은 어디 가지 않았다. 바라보는 관객들이 우스꽝스러운 상황에 미소를 짓다가도 그것이 주변의, 혹은 자기의 이야기가 아닌가 하고 살짝 몸을 떨 수밖에 없게 하는 특유의 솜씨는 단편에서도 여지없이 매섭게 발휘되었다.
 코마 (Koma)는 가와세 나오미 감독의 작품인데, 일본 감독으로서 한국에서 제작한 영화라는 것에 대해 상당히 의식을 하고 만든 것 같다. 일본 산골마을에 한국인 교포 3세가 방문하게 되고 이후 한국과의 연관성이 엄청나게 나타나면서 전통의 계승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는데...사실 이 영화는 초반부와 후반부를 제외하고 몸통 부분에서는 자버렸다. ㅡ.ㅡ;;; 단지 나오미 역을 맡았던 여배우가 예뻤다는 것과 작품 속에서의 일본 전통 민요만이 인상적이었을 뿐. 가와세 감독 스미마셍데스요.
 라브 디아즈 감독의 나비들에겐 기억이 없다 (Butterflis Have No Memories)는 흑백영화로 롱테이크와 롱샷을 이용하여 필리핀 현대사회의 아픔을 사실적이고 담담하게 보여주고 있다. 외세의 지배를 받다가 그들이 물러가고 난 탈식민지역의 이야기는 우리의 역사와 교차되면서 쉽게 읽혀지기 어려운 무언가가 있다. 캐나다에 이민가서 살고 있던 마을 출신 여성이 방문하면서 무기력하고 절망에 빠져있던 마을의 남자들은 음모를 계획하게 되는데, 결국 마지막에는 파국을 맞게 된다. 마지막에 주인공 윌리가 통곡하는 장면에서는 가슴저린 회한마저 느껴진다.


삼인삼색은 본디 자유로움을 바탕으로 하여 디지털영화의 새로운 갈 길을 모색하자는 취지인데, 이번 10회 삼인삼색에 이르러서는 그러한 성격이 상당부분 왜곡되어 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어서 안타까웠다. 이런 기회를 통해 유수의 감독들의 작품을 감상해 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겠지만, 주제를 제시하지 않고 감독들이 생각하던 바를 자유롭게 표현해내었던 지난 날이 그립기까지 했으니까...


나름대로 평점 : ★★☆ (별 5개 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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