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FF2009] 한국단편경쟁 1

영화보기/JIFF2009 2009. 5. 5. 21:55

한국단편경쟁(Korean Shorts 1, 2009) (5/2, 17:30, 메가박스6, 74min)


JIFF의 한국단편경쟁은 언제나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올해 역시 마찬가지였다.
자가당착과 기후변화에 큰 기대를 걸고 왔는데, 의외로 여행극마저 괜찮아서 영화제 일정 초반에 대만족했던 기억.


1. 자가당착 (Self-referential Traverse)



김곡, 김선 형제감독의 싸구려 정서가 덕지덕지 발라져 있는 영화이지만 결코 비웃거나 무시할 수 없는 성격의 '센' 영화이다. 자기모순에 빠진 디자이너마네킹을 캐릭터로 잡아 자가당착에 빠진 현대인의 모습을 묘사하고, 나아가 내친김에 현 정권에 대한 비판까지 곁들이고 있다. 콜라주와 모자이크 기법을 상당부분 사용하였는데, 현대인의 파편화된 의식 및 쏟아지는 수많은 정보와 그에 대한 정리되지 않은, 정리되기 어려운 무분별한 인식을 함께 표현하려는 의도같다. 영화의 전후반은 인터넷 방송과 블로거들의 취재영상을 보고 영감을 받았을 거라는 짐작을 하게 한다. 실제 배우가 아니라 마네킹을 사용한 설정은 다소 신선한 편인데, 4층 높이의 계단을 내려오면서 부서지는 장면은 마네킹 배우가 아니라면 표현하기 어려웠을 열연이었다. 비록 B급 정서이지만, 나름대로의 미의식과 영화미학들이 영화 곳곳에서 빛을 발하는 장면들이 있는데 이는 이들의 다음 작품을 또한번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이다. 피터 잭슨의 경우처럼 이들이 환상적인 대작을 맡아서 연출을 한다고 해도 놀라지는 않을 것이다.


2. 여행극 (Daytrip)



단편독립영화의 장점은 다른 데에 눈이 현혹되지 않고 배우들의 연기에 몰입이 가능하다는 데 있다. 영화의 주인공인 두 남자배우는 찌는 여름의 도심에서 여행을 떠난 것도 아니고 포기한 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황 속에서 어정쩡할 수 밖에 없는 젊은 시절을 훌륭하게 연기해내고 있다. 숨이 막히는 더위 속에서 딱히 커다란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명쾌하게 결론이 나지도 않는 영화속 상황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얼마든지 마주칠수밖에 없는 삶의 순간들이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 드러나는 마음 속 깊이 잠재되어 있던 미련과 아쉬움, 아픔과 애련함을 내적인 성숙과 외적인 도움을 통하여 이겨내고 극복해나가거나 혹은 벌어진 상처를 봉합해나간다. 어느 쪽이 되었든 사람은 그러한 과정을 통해 성장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3. 기후변화 (Climatic Change)



해묵은 감정에 대한 정화와 용서. GV에서 감독이 얘기했듯이 이 영화는 용서에 관한 영화이다. 마음 속을 찢어놓은 어떤 사건에 대해서 진심으로 용서하기란 쉽지않은 일이다. 상황에 맞추어, 자신의 감정을 보호하기 위해, 관계를 망치고 싶지 않아서, 사람들은 수없이 누군가를 용서한다고 '말을' 하지만, 그것은 자기기만일 뿐 깊숙하게 새겨진 아픔마저 치유시키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는 것은 아니다. 기후변화와 같이 푸르고 맑은 하늘 아래에서는 일시적인 용서가 가능할 지 몰라도, 폭풍이 불어오는 상황에서마저 그것이 이루어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사건을 겪은 후에는 쏟아지는 비에 마음을 적시고 마음을 정화시키는 법을 스스로를 위해, 또 용서의 대상을 위해 배울 수 있게 된다. 누군가를 진정으로 용서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기에, 되도록 누군가의 마음에 대해 잘못을 하지 말고 살아야...;;; 


(나름대로 평점 : ★★★☆, 5개 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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