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FF2008] 입맞춤(The Kiss, 2007)

영화보기/JIFF2008 2008. 5. 4. 16:30


입맞춤(The Kiss, 2007)
(5/3 14:00, CGV4, 108min)

JIFF에서 가장 인구에 회자되는 작품은 보통 개막작과 폐막작이다.
개막식 티켓은 다른 일반영화와는 달리 이틀 전에 온라인예매를 실시하고 가격 역시 1만원이다.
개막식과 폐막식 행사를 함께 구경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9회에 걸친 영화제 참가 속에서 개막식이건 폐막식이건 한번도 참가해보지 못한 것도 참... 헛 다닌 듯 싶기도하다.)

뭐, 개막작은 일반영화 상영기간에도 2~3번 정도 상영하기는 하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인해 역시 인기가 높다.
올해 5월 3일 14시 입맞춤은 일반티켓 온라인 예매가 시작된지 4분만에 전석 매진되었다.
그럼 과연, 영화제의 개막작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영화의 퀄리티와 비중은
과연 그에 필적할 만큼 훌륭하다거나 특이하다거나 한 것이 있는 것일까.

역대 JIFF 개막작들의 선정기준이 무엇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이번만큼 실망했던 적은 없었던 듯 하다.
특히 JIFF에서 보아왔던 일본장편영화들에서 느꼈던 당혹감은
여기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거기에 개막작에 대한 기대가 무너졌기 때문에 더욱 실망했으리라.
올해 9회 JIFF의 개막작은 안도 마사유키의 '입맞춤'이다.

'발라스트'는 일상으로 침투한 충격을 완화하고 감내해가는 과정을 다루었다.
'입맞춤' 역시 충격적인 사건과 장면으로 영화를 시작한다.
그리고 그것은 중반까지 영화를 끌고나가는 힘이 된다. 그러나 그게 끝이다.
초기 동력을 잃어버린 초반의 사건을 전환하는 새로운 힘은 여주인공 엔도의 감정이다.
살인자인 사카구치와 변호사인 하세가와 가운데에서 사랑의 방향을 정확히 찾지못해 느끼는 혼란은 영화 전반적으로 흥미있게 작용할 수도 있었다. 영화의 제목처럼 마지막 장면의 입맞춤이라는 '사건'은 정체성과 사랑 사이에서 비틀어져버린 비극적인 아이러니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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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영화를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은 그 나라 자체의 국민성 때문인지, 그들 영화가 가진 특성 때문인지 종반으로 갈수록 감정의 증폭 및 전환, 그리고 이를 효과적으로 내러티브화하는데 있어서는 종종 실패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볼 때 여주인공은 연기를 너무 못했다. 중반까지는 나름대로 아주 좋았다. 일상의 소외와 고독 속에서 새로운 정체성을 발견하고 몰입해가는 과정은 꽤 흥미로웠으며 관객을 스크린 속으로 빨아들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엔도는, 정말 중요한 감정의 전환을 처리하는 부분에서 비틀거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끝내 마지막 장면에서 당혹감을 안겨준다. 충격의 마지막 장면으로 이어가기까지에 있어 하세가와는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였지만, 아쉽게도 맞상대역인(이미 이 정도 시점에서 사카구치는 하나의 대상이자 아이콘으로 전락하게 된다.) 엔도의 연기가 이를 뒷받침해주지 못했다. 뭐, 하긴 그녀만의 잘못은 아니다. 위에도 말했지만, 이것은 일본이라는 나라의 영화가 가지는 공통적인 약점이다.

문제는 왜 이영화가 개막작이 되었느냐 하는 것이다. 영화를 본 사람은 머리를 짜내어서 이 영화에 대한 보상심리를 구현하고자 하겠지만, 안타깝게도 할 말이 그리 많지가 않다. 감정의 변환과정이 효과적으로 드러났다면 정말 참신하고 세련될 수 있었던 영화는 중후반에서 중심을 놓치는 바람에 범작이 되어버렸다. 난, 이런 좋은 소재를 가지고 영화가 이정도로밖에 뽑혀나오지 못했단 것이 안타까운 것이다.

(나름대로의 평점 : ★★☆, 5개 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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