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ia A] 16R 유벤투스 vs 밀란

축구보기/관전평 2008. 12. 15. 07:45
 

AC밀란과 인터밀란. 이 두 팀은 밀라노를 연고를 하고 있다는 점 외에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두 팀이다. 특히 유벤투스에게 있어서는 라이벌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물론 로마나 라치오, 피오렌티나와 같이 뛰어난 팀들도 많지만, 세리에리그에서 이 세 팀은 리그를 가로지르는 세 개의 위대한 이름이다. 마치 그 옛날 로마제국의 삼두정치와 같이.

인터밀란이 독주하는 가운데, 그 뒤를 따르는 유벤투스와 밀란의 세리에 16라운드 경기가 토리노에서 열렸다. 승점 39점을 확보한 인터밀란을 앞에 두고 승점 30점인 두 팀은, 만약 오늘 승점을 얻지 못하는 경우 9점차까지 밀리게 되어 스쿠데토 획득에 있어 애로사항이 발생할 수 있었다. 추운 날씨에 비까지 내리는 토리노에서 두 팀의 이번시즌 상반기를 하나 남겨둔 중요한 경기가 시행되었다.

유벤투스는 많은 부상선수들을 안고 있었다. 부폰과 트레제게는 아직도 모습을 볼 수가 없으며, 카모라네시 역시 부상으로 인해 나서지 못했다. 하지만 자네티의 복귀와 작년에 밀란전에서 두 골을 성공시킨 살리하미지치가 명단에 들어있다는 점은 고무할 만했다. 하지만 밀란 역시 유벤투스 못지않게 좋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를 시작해야 했다. 밀란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카카가 부상당했고, 중원의 지배자인 가투소 역시 경고누적으로 출전할 수 없었다. 거기에 수비의 핵인 네스타까지 장기부상을 끊고 있는 상황에서 유벤투스와의 중원싸움은 시작부터 어려움을 안고 있었다.

2006년의 칼치오폴리 사건이 있은 이후로 잠브로타와 에메르손은 유벤투스를 떠나서 스페인으로 갔다. 최강의 라인업이 무너졌지만, 많은 선수들이 유벤투스에 남아서 2부리그의 어려움을 감내했고 그들 대부분은 이제 레젼드가 되어가고 있다. 잠보와 퓨마는 그러한 영광을 얻지 못했고 다소 초라한 모습으로 밀란에 입단하여 과거의 찜찜함을 안고 경기에 임할 수 밖에 없었다. 토리노의 관중들은 그들에게 끝없는 야유만을 보낼 뿐이었다.


Juventus(4-4-2): Manninger; Grygera, Mellberg, Chiellini, Molinaro; Marchionni, Sissoko, Marchisio, Nedved; Del Piero(C), Amauri

Subs: Chimenti, Ariaudo, De Ceglie, Salihamidzic, Zanetti, Giovinco, Iaquinta


Milan(4-3-2-1): Abbiati; Zambrotta, Maldini(C), Kaladze, Jankulovski; Emerson, Pirlo, Ambrosini; Seedorf, Ronaldinho; Pato

Subs: Dida, Senderos, Favalli, Antonini, Cardacio, Inzaghi, Shevchenko


카카가 빠진 밀란에서 가장 위험한 선수는 당연히 호나우딩요였다. 시즌 초반의 많은 이들로부터의 우려와 불신을 비웃으면서 밀란에서 가장 많은 골을 성공시키고 있는 이 선수는 여전히 마법사라는 이름으로 불리우기에 부족함이 없는 기량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투소가 빠진 미들의 지원을 받지 않는 이상 그의 마법도 빛을 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유벤투스의 키 플레이어는 단연 아마우리와 델피에로이지만, 밀란의 중원을 시소코가 어떻게 요리할지도 관건이었다.


전반 16분, 몰리나로의 패스에 당황한 밀란 수비진은 알레에게 PK 기회를 내주게 된다. 당연히 성공. 아비아티는 공의 방향을 따라 정확히 왼쪽으로 몸을 날렸지만, 공을 찬 사람은 알렉산드로 델 피에로였다. 비오는 토리노 경기장을 무릎으로 미끄러지며 알레는 포효했다.

2008/09 16R 유벤투스 4 - 2 밀란

2008/09 16R 유벤투스 4 - 2 밀란

자, 이제 밀란은 어떻게 할 것인가. 잠브로타의 오버래핑이 활발해지고 수비수들이 밀고 올라오기 시작했다. 칼라제가 시소코에게 부딪혀 공을 따낸 순간은 논란의 여지가 있었지만, 뒤이은 호나우딩요의 마법이 빛을 발하는 순간 볼은 브라질에서 날아온 열아홉짜리 축구신동 파투의 발끝에 걸리고 있었다. 1-1. 토리노에 불안과 긴장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역시 밀란은 쉽지 않은 팀이라는... 정확하게 3분 후에 키엘리니는 세트플레이에 이은 헤딩슛의 교과서를 새로 쓰면서 밀란의 오른쪽 그물을 흔들어댔다. 그의 높이와 그의 점프력, 무엇보다 그의 의지에 밀란의 수비수들은 숫자의 우위를 점하고 있음에도 무장해제당할 수밖에 없었다. 초조해진 밀란 선수들의 카드가 늘어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잠브로타와 에메르손의 카드는 주목할만했다.

유벤투스에는 이번 시즌 세 명의 젊은 유망주들이 있다. 지오빈코와 마르키시오, 그리고 데 첼리에. 셋 모두 성장이 빠르며 유벤투스, 그리고 나아가 이탈리아의 미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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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 첼리에...


네드베드의 전반 이른 교체로 들어간 데 첼리에는 본디 풀백 출신의 수비수이다. 하지만 오늘 경기에서 몰리나로가 너무 잘해주고 있었기에, 그와의 공존이 가능하였고 이는 지난번 15라운드와 같이 아마우리에 대한 어시스트로 효과를 얻었다. 데 첼리에의 명품크로스에 이은 아마우리의 본능이 유벤투스의 세번째 골을 만들어냈다. 비가 계속 내리는 토리노에서 말디니와 칼라제는 유벤투스의 뜨거운 피지컬들을 막기가 점점 힘들어보였다.

2008/09 16R 유벤투스 4 - 2 밀란


후반이 시작되면서 밀란의 힘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게 느껴졌다. 모양새가 좋지 않던 에메르손이 나가고 뒤를 이어 필드에 등장한 사나이는 셰브첸코였다. 긴장수위 레벨업. 과연 그는 '동구권의 호나우도'라고 불리던 예전의 모습을 보이며 밀란을 구원할 것인가. 암브로시니가 찬 슈팅이 굴절되어 유베의 골문으로 들어가면서 경기는 흥미로워졌다. 한골차. 수많은 경기의 어려움을 딛고 이겨내었던 밀란의 과거 행적이 떠오르며 긴장은 점점 높아만 갔다. 그러나, 이 순간 잠브로타는 밀란의 오른쪽 진영을 파괴해가던 데 첼리에에게 무자비한 태클을 가하면서 두 번째의 옐로카드를 받게 되었다. 추격의 순간에 찬물을 끼얹는 그의 퇴장은 이후 경기의 균형추를 무너뜨리면서 유벤투스의 승리를 예감하게 하였다.

페널티박스에서 셰도르프의 손에 분명히 공이 맞았고, 다분히 의도성이 있었지만, 심판은 두번째 PK를 선언하지 않았다. 하지만 유벤투스는 시소코와 아마우리의 환상적인 움직임으로 인해 또하나의 골로서 보상받을 수 있었다. 두 개의 골로 리그 득점왕 경쟁에 나설 수 있게 된 아마우리의 존재감은 토리노 경기장 전체를 꽉 채웠다. 무엇보다 시소코의 중원 말아먹는 플레이는 이번 경기의 숨은 MVP라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였다. 인자기까지 투입하여 공격의 활로를 찾아보려는 밀란의 시도는, 퇴장에 따른 수적 열세와 유벤투스의 단단한 수비, 그리고 역습시도에 의해 점차 활력을 잃어만 갔다. 알레와 이아퀸타의 아쉬운 슈팅이 있었지만, 비안코네리는 아주 중요한 경기에서 아주 중요한 상대에게 네 골을 몰아치며 승리를 따낼 수 있었다.






어느 하나 나무랄 데 없이 모두 훌륭한 플레이를 보여주었다. 아마우리가 수훈이겠지만, 다른 선수들 역시 부족함이 없었을 정도였다.

마닝거 : 두 골을 실점했지만, 그의 잘못이 아니었다. 오히려 빛나는 다른 선방들이 더 기억에 남는다.

그리게라 : 그물게라. 전반 일부를 제외하고는 호나우딩요를 완벽하게 묶어버렸다.

멜베리 : 스웨덴산 빙벽. 레그로탈리에의 공백은 없다.

키엘리니 : 통곡의 벽. 공격시에나 수비시에나 헤딩이나 태클이나, 모두 훌륭했다.

몰리나로 : 전반에 보여준 훌륭한 플레이는 비난을 불식. 게다가 왼쪽라인을 틀어막은 것 역시 주지할 만했다.

마르키오니 : 좌우를 가리지 않고 뛰어주는 플레이가 돋보였다.

데 첼리에 : 왕자.

마르키시오 : 다소 헐거운 밀란의 중원에서 마음껏 솜씨를 뽐냈다. 추후에 중거리 득점도 기대해볼만 하다.

시소코 : 그는 젊은 몬스터. 패스를 보완하면 리그 no.1으로 등극할 수 있다.

델피에로 : 캡틴. 완벽한 PK 성공의 기억.

아마우리 : 갓마우리.

성적표
Juventus-Milan 4-2 (3-1)

Juventus (4-4-2): Manninger 6; Grygera 6, Mellberg 6, Chiellini 7, Molinaro 6,5; Marchionni 6, Sissoko 7 (43' st Zanetti sv), Marchisio 7,5, Nedved 6 (30' pt De Ceglie 7); Amauri 8 (44' st Iaquinta sv), Del Piero 6. A disp. Chimenti, Ariaudo, Salihamidzic, Giovinco. All. Ranieri

Milan (4-3-2-1): Abbiati 6; Zambrotta 5, Maldini 5,5, Kaladze 5, Jankulovski 4; Emerson 5(1' st Shevchenko 5), Pirlo 6, Ambrosini 5 (28' st Antonini sv); Seedorf 6, Ronaldinho 6,5; Pato 5,5 (31' st Inzaghi sv). A disp. Dida, Senderos, Favalli, Cardacio. All. Ancelotti



승점 33점으로 단독 2위로 올라선 유벤투스. 저 멀리 인테르의 꽁무니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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