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V의 보급 이후로 음악은 듣는 것에서 나아가 보는 것으로서도 인식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뮤직비디오(이하 M/V)라는 매체를 통해 음악은, 특히 대중음악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보다 다양한 차원에서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게 되고 또한 M/V 그 자체가 새로운 하나의 장르로써 발전해 나가기도 하였다.
한국의 M/V 역사는 서양에 비해서 분명 늦었지만 그 발전속도와 발전양상은 사뭇 놀랍기만 하다.
90년대부터 태동, 성장을 이루어온 한국 M/V 중 개인적으로 인상깊고 또 의미깊었던 25편을 선정하여
개인적인 취향을 점검해보는 동시에 향후 M/V를 즐기는 데 있어 고려시 보충자료로 활용하고자 한다.
다음에 나오는 순서는 완전히 무작위이며
일반적으로 우수한 M/V라고 평해지는 것들과는 차이가 있음을 밝힌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이는 전적으로 개인적인 취향, 그리고 본 적이 있는지 여부 등에 의해 정해진 것이다.
예컨대 평론가들에게 뛰어난 M/V라고 평가받는 '비'의 <It's raining>의 경우 개인적으로 접해본 적도 없거니와새로이 찾아서 보고싶은 생각도 들지 않는다. ㅋㅋ
하지만 또한 이 리스트를 만드는 과정에서 새로이 찾아서 감상한 뒤 선정한 M/V들도 있음을 고백한다.
'리즈'의 <그댄 행복에 살텐데>를 비롯한 몇몇 작품이 그러하다.
또한 일반적으로 좋은 M/V들을 살펴보면 아티스트별 편중현상이 분명히 발생함을 알 수 있다.
즉, 한 명의 가수 혹은 하나의 그룹으로부터 뛰어난 M/V가 다수 발생하는 경우가 굉장히 잦다는 것이다.
그 아티스트의 음악성향, 담당 감독 등 여러가지 특성에 의해 일어나는 당연한 일이지만,
이 리스트에서는 한 명의 아티스트에 하나의 M/V만을 선정하는 원칙을 세웠다.
특정 아티스트에 있어 개인적으로 뛰어나다고 생각되는 M/V가 많다면 차후에 따로이 게시물을 만들어 특화시키고자 한다. (분명히 계획은 세워져 있다.)
물론 그러다보니 1인당(1그룹당) 하나의 M/V만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다소 갈등하게 되는 면도 있었고,
이런 점은 또한 진정한 의미의 개인적인 BEST M/V 리스트 선정에 있어 장애로 발생할 수 있었다는 점을 인정한다.
개인적으로 뛰어난 음악성을 지닌 노래이지만 M/V가 엉망인 경우가 많아 실망을 감출 수 없던 경우가 많았으며,
또한 노래 자체가 별로라도 M/V가 받쳐주어 소위 뜨게 된 음악들도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후자의 경우는 M/V로서 그만큼 더 정말 뛰어난 수준을 지니고 있다고 반증할 수 있을 것이고
그것은 이 리스트의 선정 기준 중 하나이기도 하다.
즉, 노래 자체가 지닌 성격과는 별개로 M/V를 하나의 장르로 보고 판단하였다는 뜻이다.
물론 리스트를 선정할 때 계량화된 변수들을 사용하거나 절대적이고 세밀한 기준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주관적, 즉흥적으로 판단하였고 직관적으로 기억을 떠올려 구성한 목록이었기에
차후에 리스트의 증감 혹은 수정될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함을 주지해둘 필요가 있다고 본다.
아울러 유투브와 다음팟에도 감사의 뜻을 보내는 바이다.
1.S.E.S - I'm your girl(1997) *
97년에 세 명의 소녀로 구성된 본 뮤직비디오가 처음 등장했을 때의 센세이션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당시 인기를 끌던 보이밴드에 대향적으로 결성된 제대로 된 걸 그룹의 시초로, 그룹의 외모와 가창력 및 구성 모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SES의 성공은 이후 수많은 걸 그룹의 난립을 불러왔으나 당대 경쟁구도를 형성하였던 핑클을 제외하고는 모두 아류라는 평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다. 물론 현재에는 소녀시대와 원더걸스라는 슈퍼 그룹이 등장하여 신 대결구도를 펼치고 있다. 결국 SES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데에 10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SES의 <Love> M/V 또한 상당한 수작이지만, 한국 대중음악에서 걸 그룹의 위대한 탄생을 알린 본 M/V가 가진 역사적 상징성을 고려하여 <I'm your girl>을 선정하였다.
2.Simply Sunday - 사랑해요(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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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포스팅에서 이미 언급한 적이 있는 M/V이지만 한효주라는 배우를 떠나서 작품 자체로도 훌륭한 면을 지녔다. 부드러운 가사 및 음색과 더불어 바다와 상실감을 주제로 한 화면은 쉽게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는 강한 인상을 남겨준다. 얼굴없는 가수인 Simply Sunday의 음악이 지금까지도 이렇게 큰 울림을 주는 것은 M/V가 주는 영상의 힘이 절반 이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Jewerly - Superstar(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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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얼리는 안타까움을 많이 남긴 그룹이고 이 M/V를 보면 그러한 안타까움은 한층 더해진다. 박정아와 이지현은 분명 쥬얼리를 이끌어가는 쌍두마차였고, 항상 그들이 지닌 음색과 창법의 조화가 잘 이루어지지 못했음은 아쉬움으로 남았었다. 이전 M/V들에서 2%씩 부족했던 점을 극복해낸 <Superstar>는 그들의 음악이 지닌 장점을 잘 소화해낸 활기찬 M/V이다. M/V 초반의 다소 어설픈 점은 흠으로 남지만 뒤로 갈수록 음악이 가지는 힘을 잘 표현해내고 있다는 점에 점수를 주고 싶다.
4.TAIJIBOYS - Come back home(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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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영상음악분야에 'MTV스러움'을 이식한 기념비적인 M/V이다. 이미 충분히 인구에 회자되었고 대외적으로도 작품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1994 아시아 최우수 MTV상 수상). 갱스터랩이라는 다소 생소한 장르를 오버그라운드로 견인하고 소개하는데 지대한 공을 세운 이 M/V는, 분명 어두운 배경과 사회고발적인 영상을 제시하면서 'TAIJIBOYS'의 정체성을 구축하고 완성하는데 있어서도 일조하였음을 부인할 수 없다.
5.조성모 - 가시나무(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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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양산되는 팝발라드 M/V들의 특징은 모두 그 지긋지극한 서사성에 있다. 도무지 노래와는 맞지 않는 서사적 구성의 난립이 M/V에 스며들게 되는데 있어 그 근원을 찾아보면 조성모의 <To heaven>에서 비롯되었음을 짐작하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사실 그런 의미에서는 <To heaven>이 선정되어야 함이 마땅하지만, 현재의 그 어이없는 풍조를 조성한 악의 근원이라는 점 때문에 철퇴를 내려 대안적으로 <가시나무>를 택하였다. 그렇다. 앞에 얘기를 다 접고라도 순전히 이영애에 대한 팬심 때문이라고 인정하겠다. 이영애는 이 외에도 다른 M/V에도 출연한 바가 있지만 최고는 이 작품이다.
6.015B - 21세기 모노리스(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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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과 공포. 부시의 불량국가를 향한 선포에 수반되기 전에 이 단어는 96년 한국 대중음악계를 휩쓸었는데, 민병천 감독의 천재성이 돋보이는 이 한 편의 M/V 때문이었다. 015B는 6집에 이르러 그들이 기존에 보여주었던 모습을 180도 벗어나서 전자음악이라는 대안적인 모습을 선보였고, 그 중 가장 잘 알려진 곡이 바로 <21세기 모노리스>이다. 음악적으로도 훌륭했지만 이 곡이 더 잘 알려진 이유는 바로 M/V 때문이다. 지금으로서는 다소 어설픈 CG이지만 당대에는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이 정도의 기술을 M/V에 삽입하였다는 것만으로도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21세기 모노리스>는 주제와 음악의 표출 및 인상적인 효과에서도 부족함이 없는 엄청난 수작이다. 특히 마지막에 핵폭탄이 떨어지는 장면에서 뇌리에 가해지는 충격과 가슴 깊은곳으로부터의 아련함은 M/V를 보지않은 사람은 결코 느낄 수 없다.
7.Crying Nut - 말달리자(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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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가 터지고 사회 전체가 절망감에 휩싸여있을 때 젊은이들은 클럽으로 달려갔다. 몇년 전부터 언더에서 피어오르던 펑크록은 홍대를 중심으로 그 저변을 넓혀나갔고 성숙된 토양을 일구어오던 바였다. Crying Nut의 <말달리자>는 그러한 펑크의 힘과 시대적인 분노를 담아 그 시대의 모든 젊은이들이 토해내던 절규이자 희망의 메시지였다. 대한민국을 나락으로 쓸어넣은 기성세대에 대해 과감히 '닥쳐!'라고 소리치며 쓰러지지 않고 끊임없이 미래를 향해 달려나가고자 하는 시대정신을 표현한 피끓는 작품이다.
8.조PD - 친구여(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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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시기. 사람들은 끊임없이 분열 및 해체화되고 각자가 지닌 외로움 속으로 침잠하면서도 타인과의 소통에 목말라하던 2000년대 초반 대한민국에서 나온 <친구여>는 화합과 연대를 기반으로 한 유쾌한 M/V를 선보인다. 계급간, 세대간 갈등에 더하어 과도기적이고 변혁이 심한 사회문화 안에서 상호간의 이해와 타협의 여지를 발견하고 마음을 열어보자는 메시지가 강하게 담겨 있다. 사람들의 눈을 휘둥그레하게 만들었다가 뒤이어 폭소를 이끌어낸 각기댄스는 이 M/V의 백미이며 어려운 때를 유쾌함과 즐거움으로 극복해나가자는 희망적인 의미이다. 마지막에 삼대가 함께 계단에서 춤을 추는 씬은 웬지모르게 웃음과 눈물을 한꺼번에 이끌어내는 힘이 있다. 조PD의 <My Style>보다 높이 평가하였다.
9.이승환 - 당부(1999) *
이승환을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99년에 나온 <당부> M/V는 영상미 하나라는 점에 있어서 리스트에 올렸다. 이승환의 높고 애절한 목소리와 잘 어울리는 화면, 그리고 전체를 아우르는 비애를 잘 표현해낸 괜찮은 작품이다.
10. Panic - 내 낡은 서랍속의 바다(1998) *
패닉은 힘들거나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음악을 해 왔다. 하지만 그러한 음악을 하는데 있어서 다른 그룹들과는 차별성을 두었는데, 다름아닌 'Stylish'라는 점을 살려냈다는 데에 있다. 도시인의 지친 감성을 건드리며 자연으로의 회귀를 꿈꾸는 것은 그들의 음악 스타일 중 중요한 한 가지인데, 특히 <내 낡은 서랍속의 바다> M/V는 흑백화면을 바탕으로 하여 원초적이고 과거지향적인 평온을 안겨준다. 지성적인 감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끈에 엮은 패닉은 이러한 M/V를 통해서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들에게 정체성을 부여토록 한다.
11.에코 - 행복한 나를(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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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음과 하모니가 돋보였던 에코는 이른바 한국의 TLC라고까지 불렸던 그룹이다. 그런 그들의 음악 중 뭇 남성들의 심금을 울렸던 노래가 있으니 바로 요즘에도 노래방 등에서 심심치않게 흘러나오는 세련된 <행복한 나를>이다. 도시의 빌딩 옥상을 무대로 멤버들이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는 이 M/V는 의상와 분위기에서부터 범상치않은 진보성을 보여주는데, 사실 노랫말은 새롭게 변화하는 시대에도 도시여성이 도시남성을 사랑하고 믿어가는 가슴아련한 과정을 나타내는 내용을 담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인기를 끌었던 이예린의 <늘 지금처럼>과도 주제와 스타일면에서 통하는 데가 있는 음악이다.
12.박지윤 - 성인식(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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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윤의 성인식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이 음악을 부를 때 박지윤은 아직 성인이 아니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16살에 <하늘색 꿈>으로 데뷔한 그녀는 이미 나이답지 않은 조숙함을 보여주었고 결국 <성인식>으로 화려하게 폭발했다. 도발적인 가사와 함께 순진한 소녀에서 일거에 성숙한 여인으로 거듭나려 하는, 성인을 앞둔 여성을 섹시하고 멋지게 나타내었다. 댄스 M/V의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색감과 미술에서도 부족함이 없었던 환상적인 작품이다.
13.유승준 - 나나나(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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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준(스티붕 유 ㅋㅋ)의 M/V들은 지금보아도 전혀 조잡함이나 고루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는 어쩌면 미국물을 먹어왔던 그의 출신 때문일지도 모를 일이다. <가위>나 <열정>에서도 그러했지만 <나나나>에서 유승준은 자신이 지닌 장점을 모두 동원해서 아주 인상적이고 세련된 작품을 만들어냈다. Westside의 전설이 세상을 울려퍼지고 있던 시절에 터져나온 <나나나>M/V을 보고 틴에이져들은 새로운 영웅의 탄생에 열광했다. 아마 내가 기억하기로는 이 M/V가 학원물을 소재로 한 최초의 작품일 것이다. (아닐지도...)
14.G.O.D - 어머님께(1999)
*
M/V들은 아티스트의 데뷔 타이틀곡이 가장 좋은 경우가 많다. 식상하지 않고 무엇보다 신선한 새로운 맛이 있어서이다. 다수의 히트곡들을 보유하고 있는 G.O.D이지만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기억되고 있는 M/V는 바로 <어머님께>일 것이다. 장혁을 주인공으로 가사를 거의 있는 그대로 흐름에 따라 재연한 M/V는 한 편의 시를 읽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어머님은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와 같은 잊혀지지 않는 전설적인 대사와 함께 소프트 팝을 선보이며 많은 아들들의 가슴에 빗물이 내리게 만든 꽤 강한 데뷔곡이었다.
15.Loveholic - Loveholic(2003) *
자우림과 The The, 주주밴드 등의 여성보컬밴드의 계보는 Loveholic과 체리필터, 마야 등이 이어가고 있다. 그 중 Loveholic의 밴드동명데뷔곡인 <Loveholic>은 몽환적이면서도 깨끗한 분위기의 M/V이다. Loveholic은 본 M/V를 통해 메인보컬 지선의 호소력짙은 목소리와 아름다운 외모를 사랑밖에 모르는 이미지를 대변하는 순수한 소녀의 모습과 교차시켜 보여줌으로써 강한 인상을 심어주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16.신해철 - 일상으로의 초대(2000) *
내게 있어서 90년대의 신해철은 거의 경배의 대상이었다. 97년 12월에 넥스트가 해체하고서 음악적 상실감에 빠져 있었고, 마침 그 무렵을 전후해서 벌어진 전람회나 015B의 해체와 더불어 더이상 한국 아티스트 중에서는 빠져들 대상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신해철은 솔로앨범을 발표하였고, 이후 한동안 내 노래방 18번이 되었던 <일상으로의 초대>는 M/V를 통해 처음 접하게 되었다. 흑백 모노톤의 일상 속에서 발견한 환상의 여인인 그녀를 향해 나아가는 M/V는 신해철의 꿈결 같은 음색과 함께 몇번이고 다시 보고싶게 만든다.
17.진주 - 가니(1999)
*
처음 이 M/V를 보았을 때의 강렬함을 떠올리며 리스트에 넣게 되었다. 사실 진주의 노래 자체는 별 감흥이 없지만 비내리는 가운데 김지수와 김석훈의 눈물흘리는 모습을 화면분할과 함께 각각 단 한 컷의 롱테이크로 찍은 기법에 감탄하며 보았던 기억이 난다. 보고만 있어도 그저 슬퍼지는 시각효과는 내리는 비와 함께 더욱 감정을 고조시킨다.
18.리즈 - 그댄 행복에 살텐데(2002) *
여성의 이별을 노래한 수많은 M/V 중에서 리즈의 <그댄 행복에 살텐데>를 골랐다. 이 M/V는 다 본후에 회한과 슬픔의 정서가 가슴 속에 가득 들어차는 데다가 노래 자체가 워낙 좋아서 M/V의 다소간의 헛점을 역으로 커버해주고 있다. 물론 노래에 대한 개인적인 선호도가 가장 크게 작용한 바가 크다.
19.이정현 - 와(1999)
*
청룡영화제 신인상을 걷어차고서 가수의 길을 걷게 된 그녀는 본 M/V <와>를 통해 데뷔한다. 신기(神氣) 혹은 귀기(鬼氣)가 서려있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M/V 내에서도 사이버와 고전을 넘나들며 신들린 연기를 펼치는데, 향후 그녀의 강렬하고 독특한 모든 댄스음악들의 시초가 되는 뛰어난 M/V라고 평가될 수 있다. 단순한 한두음절의 제목들을 가지고 있지만, 그 안에서 펼쳐보이는 세계는 결코 단순하지 않음을 세상에 선언한 작품이다.
20.Clazziquai - Love mode(2006)
*
21세기가 되어 대중들이 이지리스닝한 음악들에 대한 욕구가 커져가면서도 아울러 고급스러움을 겸비하기를 바라고 있을 때 Clazziquai의 등장은 가뭄의 단비라고까지 할 수 있다. 타블로에 의해 제작된 Love mode에서 창 감독은 독특한 화면분할과 모노톤의 화면으로 포스트모던하면서도 감성적인 M/V를 만들어냈다. Clazziquai의 음악을 표현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채택하였고,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간단한 소품들을 통해 현대 인터넷 시대의 감성에 호소하는 강한 인상을 남겨주었다는 점에서 <Sweety>를 누르고 이 M/V를 선정한다.
21.MC Sniper - Better than yesterday(2007)
* br />펑크와 힙합의 대중적인 시대가 서서히 저물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언더그라운드 래퍼들에게 바치는 헌사. MC Sniper는 예전부터 문제아로 꼽히던 가수였지만, 진정 위대한 아티스트임에 틀림없다. 7분 이상의 대작을 가감없이 M/V로 만들기 위한 시도 자체의 혁명적인 사고와 영상과 가사간의 뛰어난 조화에 감동먹고 두말없이 엄지손가락을 펴 본다.
22. 박완규 - 천년의 사랑(1999)
*
박완규의 <천년의 사랑>은 노래 자체로도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지만 장안의 화제가 된 것은 <카우보이 비밥>의 영상을 그대로 차용했다는 점일 것이다. 스토리텔링적인 구성이 당시 M/V의 대세로 생각되던 때에 기존에 존재하던 영상을 음악의 극적 효과에 맞추어 재배열, 재편집하는 기법은 일견 단순해보이지만 실은 컬럼버스의 달걀과도 같았다. 실사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다양한 장면과 효과를 애니라는 수단을 통해서 깔끔하게 처리하였고, 또한 M/V로서의 그 작품적 수준이 괄목할 만하다고 여겨지는 수작이다.
23. 에메랄드캐슬 - 발걸음(1997)
*
에메랄드 캐슬의 <발걸음> M/V는 동시대에 활약한 야다의 <이미 슬픈사랑>과 자주 비견되곤 한다. 하지만 두말없이 전자의 승리이다. M/V가 가져야 할 기본적인 전달성, 영상의 효과, 예술성 등을 놓고 볼 때 <발걸음>은 97년 당시로는 믿기 어려운 쾌거를 이루었다. M/V 자체의 뛰어남은 고사하고서라도 영화의 다양한 기법이 이 M/V에서 실험되었고, 차후에 뒤를 잇는 M/V들에 미친 영향 등을 고려할 때 주저없이 선택될 만하다.
24. 신성우 - 노을에 기댄 이유(1994)
*
대한민국 수많은 가수들 중에서 최고의 스타일리스트, 이른바 최고의 간지를 찾으면 누구라고 할 수 있을까. 단연 신성우가 넘버원이다. <노을에 기댄 이유>는 94년의 작품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이지만 신성우의 작품이라고 한다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곳곳에서 드러나는 외국의 냄새에도 불구하고 영상의 끝까지 파워를 잃지않고 밀고나가는 것은 신성우라는 가수를 그 옛날에도 영상적으로 잘 분석한 결과라고 말할 수 있다.
25. 박혜경 - 사랑과 우정사이(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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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에는 M/V를 거의 보지 못했다. 뭐 TV 자체를 아예 잘 안봤으니까. 덕분에 본 M/V가 최근에 본 가장 기억에 남는 M/V가 되고 말았다. 피노키오의 <사랑과 우정사이>를 박혜경이 리메이크하였는데, 리메이크앨범 '여자가 사랑할 때'에 수록된 곡이다. 남성과 여성이 부를 때의 감성 차이는 차치하고서라도 M/V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그 의미를 해석하는 데 있어 이렇게 상이한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화면 자체의 예쁜 영상미 때문에 낙점하였다.
앞으로도 이렇게 보기만 해도 감동을 주고 강한 인상을 받을 수 있는 M/V들이 많이 제작되기를 바라면서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