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의 부활을 꿈꾸며.

세상보기 2010. 1. 24. 13:28



1998년 아니 1999년 온게임넷 채널에서 스타리그라는 것이 시작하였고
당시 이기석, 국기봉, 강도경, 베르트랑 등 이미 존재하고 있는 고수들이 있었다.
소위 1.07이라는 패치가 이루어지기 전 시절 테란은 세 종족 중 가장 암울한 종족이었고
테란 때문에 스타크래프트는 밸런스가 무너진 게임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배틀넷이건 IPX건 일반 유저들의 선택 종족은 저그 아니면 프로토스였으며
이는 실제로 프로리그 상에서의 성적으로도 증명되고 있었다.

홀연 한 남자가 등장하였다.
이전까지 테란의 전술은 빠른 레이스와 클로킹 기술을 통한 기습이라든지
특유의 방어력을 바탕으로 멀티를 이끌어내어 극강의 최종병기인 배틀크루져를 모아서 경기를 끝내버리는
단단한 메카닉을 기반으로 한 쇠냄새 나는 플레이였다.
하지만 그 남자는 마린메딕 전술과 특히 이전까지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던 '드랍쉽'을 가지고
테란에게 유연성과 전략을 부여하며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미사일 터렛이 100Mineral을 기록하고 있던 시대에
그는 그 암울한 테란이라는 종족을 가지고 프로리그의 정점에 올랐으며
온라인 게임계에도 스타라는 존재가 나타날 수 있음을 증명하였다.

그는 비단 테란 종족만이 아니라 스타크래프트라는 경기 자체에 새로운 전술전략개념을 창시하였으며,
그 이상으로 위대한 것은 스타크래프트를 단지 몇몇 애들이나 하는 게임이 아닌
흥행성과 스타성을 보유할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와 스포츠의 경지로 끌어올리고
공중파까지 주목하는 주류문화로 이끌어내었다는 점이다.
2000년대 초반, 임요환은 게임계의 아이콘이 되었고 모든 승리와 영광은 그에게 집중되었으며,
E-Sports 사상 최초로 억대연봉을 기록하였고
책과 DVD 발매, CF와 드라마 출연 등을 통해
사람들에게 프로게이머에 대한 인식 자체를 바꾸어놓았다.

프로게이머의 수명은 짧다.
시대의 흐름 속에
그와 동시대를 살아갔던, 혹은 그보다 나중에 등장했던 게이머들이 소리소문없이 사라지거나 
은퇴 후 진행자 및 코치로 변모하여 제2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을 때에도
그는 플레이어로 남았다. 
끊임없이 밀려오는 도도한 물결 속에 임요환은 예전의 지위를 잃어갔지만 
그는 언제나 '클래스'를 지닌 스타크래프트의 황제였다.
군입대는 그의 게임인생에 큰 장벽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그의 온라인 게임에서의 존재감과 입지는 대한민국 공군에 '공군 에이스'라는 프로게임단을 창설케 한다.
(그래서 그가 제대할 무렵에는 공군 에이스를 없애는 안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있었다.)
 
이제 그는 그가 지난날 수없이 되뇌였던
삼십대 프로게이머가 되었다.
그는 예전만큼 화려한 승리의 모습도, 사람들을 기절초풍하게 만들 플레이도,
진행자와 시청자들을 흥분으로 빠뜨리는 기막힌 전략도
어쩌면 더이상 선보이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떠한 분야에서든
하나의 '것'에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어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내고
그럼으로써 위대한 칭호를 얻게 된 그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스타크래프트의 Start 버튼을 단 한 번이라도 눌러본 적이 있던 모든 사람들에게는
영원히 '황제'로써 기억될 것이다.

임요환 1980년 9월 4일생
소속 : SK Telecom T1
ID : SlayerS_'BoxeR' (경기 중 상대를 때려죽인 복싱선수)
주 종족 : 테란
역대 전적 : 440경기 242승 198패,
                대회 우승 18회, 준우승 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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