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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Redwall
2009. 4. 3. 23:03
<타인의 삶> 이후 독일인의 사랑법에 대한 호감이 생겨났다. 맺고 끊음이 확실하고 차가운 면이 있으면서도 열정을 가지고 있는 그 민족 특유의 정서가 사랑에도 반영이 되는 듯. 사춘기 시절의 짧았던 사랑은 영화 포스터에 나와 있듯이 그 이후에 남자의 삶을 뒤흔들게 된다.
사랑이라는 테마를 중심으로 하고 있으면서도 유럽인들의 기억에 상존하는 무거운 역사적인 주제를 잘 차용하여 인간 운명의 비극성을 극대화시킨 좋은 영화이다. 한나는 분명 일종의 몬스터이지만, 그런 그녀를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밖에 없었던 15세 소년 마이클 의 불안하고 열렬한 사랑은 차후에 일어나는 일생에 걸친 일들에 영향을 미친다. 침착하고 절제된 화면과 구성 속에서 뇌와 심장을 아울러 건드리고 있다는 점은 이 영화의 장점.
법정에서 한나를 본 후 마이클의 선택한 길은 결코 옳고 그름의 선상에 놓여있는 것이 아니다. 비록 사랑하는 여인이 무기수로 늙어갈 지 몰라도 그녀가 평생에 걸쳐 지키고자 했던 점을 지켜주려고 했던 그 작은 선택. 하지만 거기에 대비되는 사랑의 거대함 앞에서 우리는 눈물을 자아내는 감동을 느낄 수 밖에 없다.
한나의 죽음 이후에야 딸을 데리고 자신의 지난 생을 반추해보려는 마이클의 뒷모습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나름대로 평점 : ☆☆☆★ (별 5개 만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