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나오는곳
한 장의 메모
Redwall
2008. 6. 30. 22:19
야간근무를 들어와서 약 30분 정도가 흘렀을 때이다.
근무교대하자마자 관제탑의 요청을 받아 기동지역으로 나가서 FOD를 수거하고 돌아온지 얼마 안되었던 시간.
전화벨이 울리고 받자마자 들리는 목소리는 다소 당황한 듯한 어조의 중년 남성의 음성이었다.
다짜고짜 '여기는 중국 상하이인데요...'라는 말로 시작하는 전화는 분명 평소에는 받기 힘든 전화였다.
온갖 종류의 전화를 다 받는 고객 접점부서였지만, 상하이에서 걸려온 전화는 처음이었던 것이다.
사연이즉슨,
전화를 걸어오신 분의 88세 노모께서 상하이에서 인천공항으로 저녁 7시 20분 도착비행기를 타고 오시고
또한 19세 아들이 북경에서 저녁 7시 30분 도착비행기로 역시 인천공항으로 오는 중인데,
북경의 비행기가 연착되어 약 한시간 이상 늦게 도착하게 생겼다는 것이다.
근데 이 분의 노모께서는 7시 30분에 19세 손자를 공항에서 만나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혹 나이드신 어머니께서 공항에서 당황하고 어려움을 겪으실지 몰라서
안타까운 마음에 도움을 청하는 전화였다.
물론 이런 경우에는 해당 항공사로 연락을 하여
이런 경우에 맞춤형으로 되어 있는 서비스를 요청하여야 하지만,
마침 항공사 사무실에도 연락이 안되고 상하이에서는 항공사의 다른 연락번호를 알아보기도 쉽지 않아
급하신 마음에 인천공항으로 연락하던 것이 우리 사무실로 연락이 된 것이다.
아마 누군가 24시간 근무를 하는 곳이 여기라는 것을 알고 우리 사무실로 연락해보라고 한 것일지도 모른다.
우선 고객을 안심시켜드린 후에 필요한 정보들을 메모하고
걱정마시라는 말씀을 드린 후에 항공사에 연락을 취하였다.
과연 주요 전화번호는 전화연결이 되지 않는 상황...
다른 번호로 연락하여 해당 사항을 전달하고 안전하고 편안하게 모셔달라고 요청하였다.
정말 별별일이 다 일어나는 이동지역안전관리소이고 그때마다 Exciting New Experience이지만,
다른 경우와 달리 이번 일은 전혀 짜증이 나지 않고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예전에 동생이 아팠을 때 이런 서비스를 이용해본 적이 있었던지라 어쩌면 더욱 공감이 갔을지도 모른다.
사후에 확인해보지는 못했지만 항공사 직원의 신뢰감 가는 말투 덕분에 안심할 수 있었다.
결론은 나 일 잘했다는 거지....
- 끗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