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보기
안면도 여행
Redwall
2008. 10. 30. 23:39
회사에서 야간근무를 마치고 백마를 타고 다람쥐를 모시러 갔다. 고속도로를 세개나 경유해서 안양에 도착. 근래 괴로움 때문에 꺼칠해진 현경이와 야간근무 때문에 까칠해진 나. 아무튼 희미한 가을오전햇살을 가르며 서해안고속도로를 달렸다.
홍성IC에서 빠져나가 남당항으로 ㄱㄱ.
네비게이션은 이 시대 운전자들의 필수품이 되어버렸지만, 친척형이 네비 판매사업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난 아직도 살 생각이 없다. 예전 남도여행때도 그랬지만 미리 길을 알아보고 지도 등에 의지해서 길을 찾아가는 행위와 그에 대한 고집은 자동차여행의 재미에 더하여 나의 전공에 대한 웃긴 자부심도 한몫하는 듯하다.
남당항은 대하축제라는 이름 아래 트로트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축제가 열릴 예정으로 보이는 광장 주변으로 많은 횟집성 포장마차들이 많았지만, 스끼다시를 잘해준다는 아지매의 꼬임에도 불구하고 트로트 음악을 피해 안쪽으로 이동했다. 대하 1kg을 시켜서 먹었다. 양식인지라 커다랗진 않았지만, 대하를 먹는다는 그 느낌과 기분은 2년전과 다름없었다. 현경이도 나도 앞에 새우껍질이 수북이 쌓였다. 같이 나온 전어는 반 이상이 타버려 먹을 수가 없었다. 기분이 상해 식사는 포기하고 쓸쓸한 바다만을 보여주는 남당항을 일찌감치 떠나 안면도로 향했다.
여행 내내 현경이는 울적해보였고, 안면도의 두여해수욕장이라는 잘 알려지지 않은 해변에서 폭발했다. 혼자 바다를 바라보며 소리지르는 그녀를 한눈으로 살피며, 나는 고운 모래 위에 성지(聖地)를 마련했다. 좋은 때가 오면 다시 찾을 수 있겠지. 해변에 세워진 두 장승의 힘이 그녀에게 보태어지기를. 안면도의 유명한 꽃지해수욕장에는 평일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었다. 이제 태안의 악몽을 많이 벗어가고 있는 이 땅이 다시금 예전의 명성을 찾아가고 있는 듯. 펜션타운 인근에서 먹은 해물칼국수는 서울에서보다 훨씬 좋은 맛이었다. 오는 길에 안면도 특산물이라는 호박고구마를 사서 현경이와 반을 나누었다.
3시간 정도 걸려서 안양에 도착. 현경이를 내려주고 난 직후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하얀색 탑차로부터 굴비납품사기를 당했다. 손실금 5만원. 집에 와서 어머니께 보여드렸더니 한번에 사기당한 걸 아시고 구박모드 시작. 난 온몸에 힘이 빠졌다. 엉엉. 그러게 안면도에서 새우를 사왔더라면 쓸데없는 해산물따위는 사지 않을 것 아니냐. 사기친 놈들도 나쁜 ㄴㅀㄷㅅㅈ당ㄴㄹㅏㅎㅡㄴㅈㅇㄹ한 넘들이지만 당한 나도 참 어리숙했다. 모조리 내다버렸다.
- 끗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