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Redwall
2009. 5. 23. 15:48
부치지 않은 편지 / 정호승
그대 죽어 별이 되지 않아도 좋다
푸른 강이 없어도 물은 흐르고
밤하늘은 없어도 별은 뜨나니
그대 죽어 별빛으로 빛나지 않아도 좋다
언 땅에 그대 묻고 돌아오던 날
산도 강도 뒤따라와 피울음 울었으나
그대 별의 넋이 되지 않아도 좋다
잎새에 이는 바람이 길을 멈추고
새벽이슬에 새벽하늘이 다 젖었다
우리들 인생도 찬비에 젖고
떠오르던 붉은 해도 다시 지나니
밤마다 인생을 미워하고 잠이 들었던
그대 굳이 인생을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5월 23일 토요일 봉하마을 뒷산을 등산하던 도중 오전 6시 40분경 바위 아래로 투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9시 30분 서거했다.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었고 심리적, 도덕적인 압박감을 심하게 느끼고 있던 와중에 자살을 생각하고 이를 시행에 옮긴 것 같다. 왜 하필이면 다른 날도 아닌 토요일 아침이었을까. 평일이라면 자신의 죽음으로 인해 미칠 사회적 파장 때문에 각종 업무에 마비가 생길 것이라고 짐작했기 때문에 주말 아침을 선택한 것이 아니었을지... 국민들에게 희망이라는 이름이 실현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고, 삶의 가치를 끝까지 지켜나가기 위해 애썼으며, 재임 기간에 연이은 패착의 와중에서도 신뢰를 안겨주었다가 퇴임 이후에 많은 이들을 실망시키고 안타깝게 했던 바보 노무현.
처음 대선 투표권이 생겼던 2002년 그에게 생애 첫 표를 던지고 각종 역경을 헤치고 그가 대통령에 당선이 되었던 순간, 정말 신나고 우리 국민의 위대한 선택에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호탕한 해방감을 느끼고 우리 국민이 민주주의를 할 줄 안다고 희망감을 느꼈던 순간이 떠오른다. 그의 재임 당시 여러가지 실책과 비난이 난무하고 이후에 검찰 조사를 받으며 세간의 오명을 쓸 때에도 그 때 그에게 표를 던졌던 것을 단한순간도 후회해 본적은 없었다.
하지만 그가 이렇게, 퇴임한지 겨우 1년반만에 세상을 등지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의 전임자들이 각종 범죄를 저지르고도 뻔뻔하게 살아남아서 얼굴을 들고 큰소리치고 있는 지금 말이다.
그의 컴퓨터 모니터에 떠 있었다는 유서 전문.
민주주의 2.0을 개발할 정도로 IT에 강했던 그의 유서는 정말 그다운 모습으로 남겨진 하나의 상징이다.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 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 밖에 없다. 건강이 좋지 않아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 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화장해라. 그리고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 오래된 생각이다. 나름대로 국정을 위해 열정을 다했는데 국정이 잘못됐다고 비판 받아 정말 괴로웠다 아들 딸과 지지자들에게도 정말 미안하다. 퇴임후 농촌 마을에 돌아와 여생을 보내려고 했는데 잘 되지 않아 참으로 유감이다. 돈 문제에 대한 비판이 나오지만 이 부분은 깨끗했다. 나에 대한 평가는 먼 훗날 역사가 밝혀줄 것이다. |
죽음을 통해서 이 더럽고 혼미한 시대에 아직까지도
도덕적인 수치감을 느껴서 자살할 수 있는 정치인이 남아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준,
국민 앞에 진정 머리숙일 줄 알았던 나의 영원한 대통령.
그의 마지막 남긴 말은 '담배 있나...'였다.
1946.8.6 ~ 2009.5.23
Rest in Peac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