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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 것을 돈주고 가르쳐야 하는 사회

Redwall 2008. 8. 5. 11:53

[한겨레] 줄넘기·공기놀이·미술관나들이 등이 과외과목

친구와 놀 시간 없어…연수 다녀온 학생에 인기


초등학교 3학년 보슬(가명·8)이는 지난달부터 ‘ㅇ놀이학교’에 다닌다. 과외와 학원 수업 때문에 친구와 어울려 놀 시간이 없는 보슬이를 위해 엄마가 줄넘기와 ‘또래와 노는 방법’을 가르치는 학원에 등록시켰다. 줄넘기는 한달에 16만5천원이고, 고무줄·공기놀이 등을 배우며 노는 또 다른 수업을 받는 데 10만원이 든다. 보슬이 엄마는 “미국으로 1년 연수를 다녀온 뒤 친구들과 어울리기 힘들어해 놀이학원에 보내게 됐다”며 “노는 것도 돈 주고 가르쳐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돈으로 놀이를 사는’ 새로운 문화가 등장하고 있다. 미술관 등에 다니며 감상수업을 듣고 토론하는 미술학원, 축구 코치를 따로 모셔 축구를 통해 유대감을 깨우치는 축구과외는 물론, 음악감상을 하며 마음을 가라앉히는 ‘긴장 해소’라는 과목을 개설한 학원도 있다.

서초구에 사는 초등학교 4학년 정민(가명)이는 여름방학을 이용해 친구 4명과 함께 ‘미술관 나들이’ 수업을 받는다. 명문대 미대를 졸업한 선생님이 1주일에 한 번씩 정민이와 친구들을 전시회에 데려가 수업을 한다. 정민이는 “미술관 구경도 하고 기념사진도 찍을 수 있다”며 “공부를 안 하고 친구들과 놀 수 있는 시간이 생겨 좋다”고 말했다. 정민이 엄마(38)는 “아이들마다 학원 수업 일정이 다르고 엄마들도 바빠서 아이와 놀러 다니기 힘들었다”며 “(돈을 주고라도) 아이를 만족시켜 줄 방법이 있다는 게 차라리 다행스러운 일 아니냐”고 말했다.

초등학교 4학년 민석(가명)이는 축구과외를 받는다. 하지만 수학이나 영어처럼 성적을 위해 받는 과외가 아니라 친구들과 마음껏 노는 수업이라 마음이 편하다. 민석이 엄마는 “축구선수를 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친구들과 뛰놀며 사귀는 법을 가르치기 위한 것”이라며 “협동심과 사회성을 배우는 데 적당하다는 옆집 엄마의 추천으로 함께 보내게 됐다”고 말했다.

ㅎ놀이학원 관계자는 “놀이를 통해 학습하는 유아 대상 학원은 예전에도 많았지만, 요즘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놀이를 가르치는 학원이 크게 늘었다”며 “요리에서부터 인라인, 줄넘기, 공기놀이, 고무줄 놀이 등이 모두 과목의 일부”라고 전했다. ㅅ놀이학원 관계자는 “외국에서 살다온 학생들이 특히 많이 등록한다”며 “친화력을 키우는 데 좋다는 입소문이 돌면서 엄마들의 문의도 늘고 있다”고 귀띔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전은자 교육자치위원장은 “또래 집단을 형성하고 동료의식과 소속감을 배워야 하는 어린 시기에 공부에만 열중하다 보니 어울리는 법을 배우지 못한 아이들이 크게 늘고 있다”며 “사교육 업체들이 부모들의 이런 고민을 파고들어 또 다른 사교육 시장을 개척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홍기정 인턴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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